My Stories/Camino Francés

[산티아고 순례길] ➀ 3/14 서울에서 파리로

애니스토리 2025. 5. 4. 13:41

파리로 넘어가는 길은 산티아고 순례길 중 하나인 프랑스길을 걷는 대부분의 순례자들의 시작점이다. 머릿속에는 온통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만 한가득 있다. 
 
관두지 않을 것 같던 회사를 관두고, 멈추지 않을 것 같던 일을 멈추고, 안 올 것 같던 날을 살아간다.
 

 


 
 
집에서 짐을 몇 번 쌌는지 모르겠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져가는 백팩보다 훨씬 작은 내 가방에 한 달 반의 살림을 넣는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걸 빼고 저걸 넣을까? 하고 매일 고민하고 짐을 풀고 다시 넣고 뺀다. 침낭도 처음 써보는 물건인지라, 접고 다시 펴고 또 다시 접고, 끝없이 연습한다. 그냥 침낭 케이스에 아무렇게나 쑤셔넣으면 된다는 점은 순례길을 걷기 시작하고 아주 나중에 알게되었다. 
 

 

대략 열 번째 짐 다시 쌌을 때.

 

 

사진 속 물건들 중에는 가져간 것도 있고 두고간 것도 있다. 혹시나 이 글을 마주할 예비 순례자를 위해 내가 가져간 물건 중 사용한 물건만 리스트업 해둔다. 다 걷고 난 지금에서야 알게된 것은, 모두가 필요한 물건이 다르다. 그리고 어떤 물건은 가져가서 사용해봐야지만 내게 정말 필요한 물건인지 아닌지 알 수 있기도 하다. 헷갈리는 물건은 너무 무겁지 않다면 일단 가져가고, 필요없으면 초반에 기부하면 된다. 
 

 

  구분 물건 갯수
1 의류

속옷 2
2 레깅스 2
3 방수 등산바지 1
4 인진지양말 세트 3
5 여름용 긴팔 등산티셔츠 2
6 외출용 긴팔 티셔츠 1
7 경량패딩 1
8 방수되는 두꺼운 바람막이 1
9 선글라스 1
10 챙넓은 모자 1
11 여름용 등산장갑 1
12 슬리퍼(고무) 1
13 스카프 1
14 판초우의 1
15 생활용품 S 후크고리 1
16 휴대용 옷걸이 2
17 샴푸바 2
18 비누 케이스 1
19 스포츠타월 1
20 여분의 휴대폰 충전케이블 2
21 방수 장바구니 1
22 경량우산 1
23 안대 1
24 귀마개 1
25 일체형 거울/빗 1
26 의료용품 발목보호대 2
27 무릎보호대 2
28 바세린 1
29 의료용 종이테이프 2
30 애드빌 -
31 마데카솔 1
32 대일밴드 -
33 동전파스 -
34 영양제(마그네슘, 오메가 3, 비타민 C) -
35 화장품 크림 1
36 선스틱 1
37 립밤 1
38 핸드크림 1
39 BB크림 1
40 기타

플라스틱 물병 1
41 등산스틱 2
42 여성용품 -
43 젤리 -
44 경량침낭 1
45 오스프리 보조백 1
46 보조배터리/짧은 충전케이블 1
47 자물쇠 1

 

 

이렇게 나열해 놓으니 정말 많이도 가져갔고 참 잘 썼다. 가져간 물건 중 다이소에서 구매한 휴대용 베개와 방수 핸드폰케이스만 버리고, 다 알차게 사용했다. 다시 보니 침낭 제외하고는 부피가 다 작거나 얇아서 내 백팩에 다 들어갔던 것 같다. 
 

 


 
 
공항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한 일은 가방 무게 재기다. 내가 이고지고 다녀야 할 가방이 몇 키로 정도인지는 알아야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리고 이 무게가 내가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물건들의 무게들이니, 내가 평소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물리적으로 처음 알게되는 저울이니 반드시 재봐야 한다.
 

 

7.6kg. 가방이 24리터밖에 안되니 4kg 정도에서 끝날 것 같았는데, 뭘 그렇게 넣었는지 꽤 무겁다. 아마도 넣을 수 있는 만큼 최대한으로 넣었나보다.

 

비행기 타기 직전의 백팩. 고생하기 전 예쁘게 찍어줘야겠다고 생각하고 찍은 사진이다. 잘 버텨줘서 고마워.

 

 

그리고 난 그 어느 하나 특별한 일이 없이 파리에 잘 도착했다. 호텔 침대에 누워서 잠들 때까지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내가 해낼 수 있을까 하고 끊임없이 생각한다.
 
나는 무엇을 비우고 무엇을 채워오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