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➀ 3/14 서울에서 파리로
파리로 넘어가는 길은 산티아고 순례길 중 하나인 프랑스길을 걷는 대부분의 순례자들의 시작점이다. 머릿속에는 온통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만 한가득 있다.
관두지 않을 것 같던 회사를 관두고, 멈추지 않을 것 같던 일을 멈추고, 안 올 것 같던 날을 살아간다.
집에서 짐을 몇 번 쌌는지 모르겠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져가는 백팩보다 훨씬 작은 내 가방에 한 달 반의 살림을 넣는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걸 빼고 저걸 넣을까? 하고 매일 고민하고 짐을 풀고 다시 넣고 뺀다. 침낭도 처음 써보는 물건인지라, 접고 다시 펴고 또 다시 접고, 끝없이 연습한다. 그냥 침낭 케이스에 아무렇게나 쑤셔넣으면 된다는 점은 순례길을 걷기 시작하고 아주 나중에 알게되었다.

사진 속 물건들 중에는 가져간 것도 있고 두고간 것도 있다. 혹시나 이 글을 마주할 예비 순례자를 위해 내가 가져간 물건 중 사용한 물건만 리스트업 해둔다. 다 걷고 난 지금에서야 알게된 것은, 모두가 필요한 물건이 다르다. 그리고 어떤 물건은 가져가서 사용해봐야지만 내게 정말 필요한 물건인지 아닌지 알 수 있기도 하다. 헷갈리는 물건은 너무 무겁지 않다면 일단 가져가고, 필요없으면 초반에 기부하면 된다.
구분 | 물건 | 갯수 | |
1 | 의류 |
속옷 | 2 |
2 | 레깅스 | 2 | |
3 | 방수 등산바지 | 1 | |
4 | 인진지양말 세트 | 3 | |
5 | 여름용 긴팔 등산티셔츠 | 2 | |
6 | 외출용 긴팔 티셔츠 | 1 | |
7 | 경량패딩 | 1 | |
8 | 방수되는 두꺼운 바람막이 | 1 | |
9 | 선글라스 | 1 | |
10 | 챙넓은 모자 | 1 | |
11 | 여름용 등산장갑 | 1 | |
12 | 슬리퍼(고무) | 1 | |
13 | 스카프 | 1 | |
14 | 판초우의 | 1 | |
15 | 생활용품 | S 후크고리 | 1 |
16 | 휴대용 옷걸이 | 2 | |
17 | 샴푸바 | 2 | |
18 | 비누 케이스 | 1 | |
19 | 스포츠타월 | 1 | |
20 | 여분의 휴대폰 충전케이블 | 2 | |
21 | 방수 장바구니 | 1 | |
22 | 경량우산 | 1 | |
23 | 안대 | 1 | |
24 | 귀마개 | 1 | |
25 | 일체형 거울/빗 | 1 | |
26 | 의료용품 | 발목보호대 | 2 |
27 | 무릎보호대 | 2 | |
28 | 바세린 | 1 | |
29 | 의료용 종이테이프 | 2 | |
30 | 애드빌 | - | |
31 | 마데카솔 | 1 | |
32 | 대일밴드 | - | |
33 | 동전파스 | - | |
34 | 영양제(마그네슘, 오메가 3, 비타민 C) | - | |
35 | 화장품 | 크림 | 1 |
36 | 선스틱 | 1 | |
37 | 립밤 | 1 | |
38 | 핸드크림 | 1 | |
39 | BB크림 | 1 | |
40 | 기타 |
플라스틱 물병 | 1 |
41 | 등산스틱 | 2 | |
42 | 여성용품 | - | |
43 | 젤리 | - | |
44 | 경량침낭 | 1 | |
45 | 오스프리 보조백 | 1 | |
46 | 보조배터리/짧은 충전케이블 | 1 | |
47 | 자물쇠 | 1 |
이렇게 나열해 놓으니 정말 많이도 가져갔고 참 잘 썼다. 가져간 물건 중 다이소에서 구매한 휴대용 베개와 방수 핸드폰케이스만 버리고, 다 알차게 사용했다. 다시 보니 침낭 제외하고는 부피가 다 작거나 얇아서 내 백팩에 다 들어갔던 것 같다.
공항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한 일은 가방 무게 재기다. 내가 이고지고 다녀야 할 가방이 몇 키로 정도인지는 알아야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리고 이 무게가 내가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물건들의 무게들이니, 내가 평소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물리적으로 처음 알게되는 저울이니 반드시 재봐야 한다.


그리고 난 그 어느 하나 특별한 일이 없이 파리에 잘 도착했다. 호텔 침대에 누워서 잠들 때까지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내가 해낼 수 있을까 하고 끊임없이 생각한다.
나는 무엇을 비우고 무엇을 채워오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