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 로그로뇨
- 오스모벤스케
- 쾰른귀르체니히오케스트라
- 메트너 피아노 협주곡 1번
- 서울시향
- 가이브라운슈타인 #아미하이그로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 브람스
- 무지카에테르나
-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 프랑스길
- 우테르가
- 무라카미하루키 #birthdaystories #birthdaygirl
- 오귀스탱뒤메이
- 산티아고순례길
- 수비리
- 테오도르쿠렌치스
- 비야투에르타
- 챔버뮤직투데이
- 김유태
- 론세스바예스
- 파스칼로페
- 예브게니 수드빈
- 팜플로나
-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
- 산솔
- 말러 5
- 감정폭력
- 산티아고순레길
- 베조드압두라이모프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 생장피에드포르
- Today
- Total
목록My Stories/Camino Francés (10)
애니스토리

처음으로 쉬는 날이다. 긴장하지 않고 이렇게 하루 종일 쉰 날은 유럽으로 날아온 이후에는 없다. 마침 주말이라 광장에서는 플리마켓도 하고 도시답게 사람도 많다. 제법 휴일다운 날이다. 비싸게 라멘도 먹고 장도 보고. 혹자는 왜 스페인에 가서 아시안 음식을 먹냐 묻지만 각 나라 사람들이 만드는 아시안 음식의 맛은 제각각 다르기 때문에 먹어보고 싶다. 구글 평점은 별로였지만 그럭저럭 먹을만 했다. 오늘 처음 쉬어서 그런가, 발의 통증이 온전히 느껴진다. 발목도 아프고 발바닥도 아프고, 물집까지 있다. 그래도 내일 나헤라라는 마을까지 가기로 마음 먹었다. 마음과는 달리 현실적으로 29km를 걸을 엄두가 나지 않았는지, 내 손은 어느새 나헤라의 숙소를 예약하고 있었다. 내일은 중국음식 먹어야지. 박물..
첫 오프데이를 향해 열심히 걷는다. 산솔 알베르게 아저씨가 잘 걸으라고 하며 순례자를 위한 스페인의 시와 노래를 왓츠앱으로 보내줬다. 허름한 알베르게라 잠시나마 온 걸 후회했던 내 자신이 보잘 것 없이 느껴졌다. 힘든 어느날 듣게 되겠지? 당장은 그리 힘들지 않으니 잠시 아껴두기로 한다. Caminate, no hay camino, se hace camino al andar.나그네여 길은 없나니, 걸어감으로써 길이 만들어지네. 날이 너무 좋다. 길도 너무 좋다. 비슷비슷한 지루한 길이었지만, 한국의 둘레길 정도 난이도를 걷는 오늘은 큰 어려움없이 룰루랄라 걸었다. 그렇게 도착한 로그로뇨는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팜플로나보다 큰 도시였다. 공립 알베르게에 체크인을 하고 한숨 돌린 나는 여기저..

그간 남들보다 적게 걸은 나는 오늘 30km 이상 걸어버렸다. 원래는 25.3km만 걸어 로스 아크로스까지만 가려 했지만 막상 마을에 도착하니 맘에 안들기도 하고 자연이 아름다워 산솔이라는 작은 마을까지 계속 걸었다. 30km 이상을 처음 걸으니 드디어(?) 발에 물집이 생겼다. 발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다. 오늘은 와인 수도꼭지가 있는 이라체를 지나간다. 와인을 담을 잔이 없으니 이전 마을에서 커피를 테이크아웃 했는데, 정작 와인을 마셔보니 와인보다 커피가 더 맛있다. 난 아무래도 와인은 잘 모르겠다. 같이 걷다 만난 술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물으니 어린 포도로 만든 와인이라 맛이 진하지 않다고 한다. 진위는 알 수 없으나, 확실히 술보다는 주스에 가까운 가벼운 와인이었다. 이곳 쎄요가 예뻤는데..

큰 방에서 단 다섯 명만 잠을 잤다. 확실히 다른 사람들은 푸엔테 라 레이나까지 갔나보다. 뜻밖의 호사로움을 느낀 나는 오늘은 느즈막히 7시 30분에 길을 나선다. 오늘도 사람들은 대부분 에스테야까지 걷는데, 나는 그 전 마을인 비야투에르타라는 작은 마을까지만 간다. 어제처럼 한적한 곳에서 여유롭고 싶어서. 이제 길에 조금씩 아는 얼굴이 생긴다. 마주치면 이름도 나라도 모르지만 너무 반갑다. 오늘 길은 수월한 편이었지만 조금 지루했다. 드디어 다시 음악을 들을 타이밍이었다. 긴 오솔길이 생각보다 지겨워서,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해줄 즐거운 소닉 음악을 들었더니 길에 사람도 없겠다, 덩실덩실 춤이 절로 난다. 아무일 없이 도착한 비야투에르타는 정말 예뻤다. 부촌인가? 싶을 정도로 정돈된 집들..

오늘은 20km도 채 안걷는다. 어제 안쉬고 걸어서인지 후유증이 꽤 느껴진다. 다들 걷는 푸엔테 라 레이나라는 곳까지 걸을까 잠시 고민했지만, 다들 가는 길을 왠지 걷기 싫었다. 오늘은 유명한 '용서의 언덕'이라는 언덕을 오르는 날이다. 근데 어떻게 생긴 곳인지 몰라, 여기가 거긴가? 하며 열심히 진흙탕에 빠진다. 처음에는 조심조심 걸었지만, 신발이 두 사이즈나 큰 신발이다 보니 내 신발이 어느 지점쯤을 밟고 있는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아 결국 진흙에 푹 젖어버렸다. 조심히 걸었을 때에는 절대 빠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한 번 진흙에 들어갔다 나오고 나니 '에라 모르겠다, 도착해서 씻어내지 뭐'라고 생각하게 된다. 내가 언제 또 진흙에 뒤덮여보겠어? 그러다 철조물로 된 용서의 언덕 조형물이 ..

오늘은 처음으로 대(?)도시에 가는 날이다. 어제 다짐한대로 오전 6시쯤 어둑어둑할 때 나와 보라빛깔의 새벽길을 걸었다. 너무 어두워 화살표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길을 두 번 정도 잃었지만, 길에서 뱅뱅 돌며 헤맨 시간만큼 새벽의 어둠을 더 즐길 수 있었던 것 같아 전혀 후회되지 않았다. 누구보다 기쁘게 길을 잃었다. 왠지 점점 가방이 무거워지고 다리도 무거워지는 것 같다. 하지만 아름다운 하늘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길은 나를 멈추게 두지 않는다. 매일 힘내라고 인사해주는 동물들이 너무 사랑스러워 다음 길에는 어떤 동물이 기다리고 있을지 자꾸 기대하게 된다. 새소리와 물소리, 바람소리 모두 마치 나를 위해 존재하나, 나를 따라다니나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귀 가까이서 맴돈다. 그냥 계속 걸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