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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 ⑩ 3/23 로그로뇨 0km 본문
처음으로 쉬는 날이다. 긴장하지 않고 이렇게 하루 종일 쉰 날은 유럽으로 날아온 이후에는 없다. 마침 주말이라 광장에서는 플리마켓도 하고 도시답게 사람도 많다. 제법 휴일다운 날이다.
비싸게 라멘도 먹고 장도 보고. 혹자는 왜 스페인에 가서 아시안 음식을 먹냐 묻지만 각 나라 사람들이 만드는 아시안 음식의 맛은 제각각 다르기 때문에 먹어보고 싶다. 구글 평점은 별로였지만 그럭저럭 먹을만 했다.
오늘 처음 쉬어서 그런가, 발의 통증이 온전히 느껴진다. 발목도 아프고 발바닥도 아프고, 물집까지 있다. 그래도 내일 나헤라라는 마을까지 가기로 마음 먹었다. 마음과는 달리 현실적으로 29km를 걸을 엄두가 나지 않았는지, 내 손은 어느새 나헤라의 숙소를 예약하고 있었다. 내일은 중국음식 먹어야지.
박물관도 가고, 사진전도 가고. 오늘은 도시에서만 할 수 있는 일들을 했다. 바로크 시대의 예수상을 보며 고차원적인 조각에 입을 다물 수 없었고, 성당에 가서 미사 내내 오르간 소리를 들으며 훌쩍이기도 했다. 일어날 수가 없었다.
광장의 플리마켓에서 손거울을 하나 샀다. 한국에서 갖고온 싸구려 손거울이 망가지기도 했고, 어떠한 물건을 사서 순례길 끝까지 간직하고 싶어서 둘러보다가 거울을 하나 샀는데, 뒤에 생년월일로 추정되는 7-7-90이라는 숫자와 함께 (아마도) 거울 주인의 이름이 써있었다. 1890년에 태어났던 분이 아니라면 나랑 동갑이다. 박물관에서 휴지로 거울을 닦으려 가방에서 꺼냈는데, 거울이 바닥에 떨어지며 이름이 써있는 뒷판이 '또각' 하고 떨어져나갔다. 아, 이 거울은 오늘로써 주인의 손을 떠난거구나. 내가 예쁘게 들고 걸어다녀줄게.

오랜만에 느끼는 혼자만의 시간은 정말 달콤하다. 넓은 침대에 누워 뒹굴거리기도 하고 샤워도 30분동안 했다. 참 별거 아닌데 별거다. 내일부터는 다시 순례자로 돌아간다. 오늘의 달콤함이 과연 앞으로 힘이 될지 독이 될지 걱정 반 기대 반의 마음으로 잠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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