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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 ⑦ 3/20 우테르가에서 비야투에르타까지 24.8km 본문
큰 방에서 단 다섯 명만 잠을 잤다. 확실히 다른 사람들은 푸엔테 라 레이나까지 갔나보다. 뜻밖의 호사로움을 느낀 나는 오늘은 느즈막히 7시 30분에 길을 나선다. 오늘도 사람들은 대부분 에스테야까지 걷는데, 나는 그 전 마을인 비야투에르타라는 작은 마을까지만 간다. 어제처럼 한적한 곳에서 여유롭고 싶어서.
이제 길에 조금씩 아는 얼굴이 생긴다. 마주치면 이름도 나라도 모르지만 너무 반갑다.
오늘 길은 수월한 편이었지만 조금 지루했다. 드디어 다시 음악을 들을 타이밍이었다. 긴 오솔길이 생각보다 지겨워서,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해줄 즐거운 소닉 음악을 들었더니 길에 사람도 없겠다, 덩실덩실 춤이 절로 난다.
아무일 없이 도착한 비야투에르타는 정말 예뻤다. 부촌인가? 싶을 정도로 정돈된 집들과 아이들이 즐겁게 뛰노는 소리는 아파트가 즐비함에도 동네 아이들이 노는 소리를 더 이상 들을 수 없는 한국과 정반대다.
너무나 예쁜 사립 알베르게에 체크인을 하고, 동네에 유일하게 연 슈퍼에 가 간단히 장을 본다. 별로 먹고싶은게 없어 납작한 요거트같이 생긴 어떠한 것과 커피를 샀는데 그 어떠한 것에 매료되어 순례길 끝까지 먹게된다.
그 어떠한 것은 바로 내가 좋아하는 라이스푸딩이었다. Arroz con leche. 쌀과 우유다.
라이스푸딩은 유학 시절부터 즐겨먹었고, 그리워져서 한국에 와서도 몇 번 만들어 먹었었다. 우유에 절여진 밥과 그 위에 뿌려진 계피가루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라이스푸딩의 바로 그 맛이었다. 후각과 시각, 청각 모두 과거의 어떠한 순간을 떠올리게 하는 마법이 있음을 경험했었는데, 난 미각이 둔해서 그런지 이제서야 추억의 음식을 먹고 온몸이 과거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경험을 했다. 이후로 저 제품을 못해도 30번은 더 사먹었다.
길가를 떠도는 강아지와 10분쯤 놀았을까, 나 외에는 아무도 없는 알베르게로 돌아가 다시 잠을 청한다. 호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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