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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조드 압두라이모프 -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발레리 게르기예프/RCO) 본문
블로그를 다시 하기로 마음먹고 올리는 첫 글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베조드 압두라이모프의 2020년 첫 음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은 두말할 필요 없이 라흐마니노프라는 사람의 음악적인 특징을 총집합해놓은 곡이다. 로맨틱함은 물론이고 그 로맨틱함에 빠진 광기어린(?) 모습까지 다 토해내는 곡.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처럼 그냥 집안에 틀어놓고만 있어도, 굳이 신경 써서 감상하지 않아도 어느새 내 기운을 홀라당 먹어버리는 음악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엄청난 기교를 요구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정말 많은 수의 음표들이 틈을 주지 않고 휘몰아친다. 금과 보석으로 가득한 궁전에 MET 갈라에서나 볼 법한 20kg정도 나가는 오뜨꾸뛰르 드레스를 입고 입장하는 느낌이랑 비슷할 것 같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화려함. 거기에 2악장 도입부만 빼고 단 한 순간도 오케스트라가 리드하게 냅두질 않는 이 곡에서는 피아니스트가 40분이 넘는 시간 내내 이야기를 이끌어가야만 한다. 엄청난 집중력과 체력이 요구되는 레퍼토리인 것이다. 어떤 곡을 쳐도 지치는 기색이 보이지 않는 압두라이모프는 또래 피아니스트 중 이 곡을 완벽히 소화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피아니스트인 듯 하다.
2019년 3월 통영에서 우연하고 감사한 기회로 압두라이모프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실연으로 들었었는데, 그야말로 머리를 하얗게 만들어버리는 연주였다. 나는 집중력이 그리 길지 않은 관계로 공연이나 음반을 들으며 곧잘 딴 생각을 하는 편인데.. 정말 숨도 제대로 못쉬고 들었다. 압두라이모프가 수 번의 커튼콜 끝에 무대에서 퇴장하고 객석 조명이 켜짐과 동시에 겨우 정신이 돌아왔다.
테크닉과 감정표현이 완벽한 피아니스트들은 세상에 너무 많다. 나는 그 중에서도 자신의 감정을 100퍼센트 투명하게 내보이는 연주를 참 좋아하는데, 압두라이모프는 거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의 논리 안에서 상상하고 뛰어놀게 한다. 그의 음악과 감성에 공감한다기 보다는, 그냥 내게 주어진 옵션이라고는 홀라당 빠져버리는 것 밖에는 없는 느낌이다. 한음을 들어도 뭔가 내 심장 구석구석 와닿고, 그렇게 와닿는 수많은 음표 속에서 정신없이 허우적대는데 길을 잃은 것 같아 눈을 떠보면 압두라이모프의 손바닥 안이랄까?
이 음반에서도 마찬가지로 압두라이모프는 내 귀와 심장을 꽉 잡아놓는다.
마지막 트랙으로 실린 앵콜곡인 Tchaikovsky의 6 Morceaux Op. 19: IV. Nocturne 에서는 꽤나 담담하게 나레이션을 이어가는데, 끝 부분에 20초 가량 이어지는 엄청나게 긴 프레이즈는 그 앞에서 쌓아온 이야기를 모두 펼쳐 결말을 낼 것 같이 다가오다가 결국 다시 문을 닫아버린다. 그럼 다시 라흐마니노프를 재생하며 내가 억지로 문을 열어야한다.
한 시간 좀 안되는 재생 시간동안 내가 무엇에 휘둘리는지 인지 못한 채로 이리저리 휘둘리다가, 마지막 트랙 맨 끝 관객들의 박수소리가 들릴 때야 꿈에서 깰 수 있다. 이 마약같은 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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