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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안 짐머만 -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제2번 (레너드 번스타인/빈 필하모닉)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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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안 짐머만 -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제2번 (레너드 번스타인/빈 필하모닉)

애니스토리 2017. 11. 19.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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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스타인 손에 저거슨 담배인가..? 연기가 보이는 것 같은데.. 


내가 가장 숭배(?)하는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짐머만(혹은 지메르만..?).. 이 세상엔 그가 칠 수 없는 곡이란 없다고 단호히 얘기할 수 있다. 그의 주옥같은 디스코그래피 중에서도 유독 귀에 확 들어오는 그것, 바로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제2번. 물론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가장 가장!!!! 좋아하는 곡이기도 하지만, 이런 연주는 전무후무하다. 앞으로도 나타나지 못하리라 감히 단언할 수 있다.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은 피아노 레퍼토리를 통틀어 최고 난곡이라 하여도 무방하다. 1번을 쓰고 20여년이 지나 중후해진 브람스의 모습도 만나볼 수 있는 곡이다. 장장 50분이 넘는 말도 안되는 연주시간, 길고 긴 프레이징, 네 개의 악장, 카덴차가 없는 대신 곡 전체가 카덴차인 느낌적인 느낌, 그리고 풀 오케스트라와 맞먹는 음량과 체력이 요구되는, 거의 피아노를 위한 '교향곡'인 것이다. 곡 전체의 첫 번째와 두 번째 페이지를 피아노 솔로로 장식하는 브람스의 패기..! 특히 브람스는 피아노의 99개 건반을 참 공평하게 나눠 쓴다. 브람스 공연을 보다보면 어느새 양팔을 옆으로 쭉 뻗고 연주하는 피아니스트의 모습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아무튼 그래서인지 공연도, 음반도 여간해서는 찾아볼 수 없는 귀한 곡이다. 이 곡을 이 앨범으로 처음 접한지 어언 십여년, 나에게는 오직 이 앨범만이 레전드로 남아있을 뿐이다. 


80년대의 젊은 짐머만. 쇼팽 콩쿨을 우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쇼팽 이외의 다양한 레퍼토리를 소화했던 그의 음반은 하나같이 주옥같은 연주를 자랑한다. 브람스, 베토벤, 리스트, 슈만, 루토슬랍스키... 그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는 그의 음악은 특히 독일음악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것 같다. 브람스, 베토벤, 슈만, 그리고 그의 신보 슈베르트 후기 소나타.. 정확한 타건과 깊이있는 소리, 넘쳐나는 감성과 너무나 찰떡궁합이라고나 할까? 2018 짐머만의 레퍼토리는 번스타인의 피아노와 관현악을 위한 교향곡 제2번 '불안의 시대'! 번스타인 탄생 100주년 기념으로 연주하는 듯 하다. 아주아주 오랜만에 한국을 찾아올 그의 미국음악은 또 어떨까 궁금'-' 백만원을 내고서라도 꼭 가고야말리


어찌됐든, 이 앨범은 유튜브에 찾아보면 실황 영상으로도 남아있어서 너무나 감사하다.

 

1악장: 시작부터 압도하는 짐머만의 파워풀한 연주력..! 도입부 호른콜 이후의 피아노 솔로가 너무 짧은거 아냐? 라는 무서운 소리가 나올 정도로 듣는 사람을 집중하게 만들어버린다. 2-3분이 쉬리릭 사라져버리도록. 재현부로 갈 때 그 감정의 격한 소용돌이..는 브람스의 급 수염을 기르기 시작한 시기의 오르락 내리락(오락가락)하는 정신상태를 잘 나타내준 부분이지만, 동시에 너무나 아름다운 피아노 감성도 존재한다. 이 곡의 도입부가 다시 귀에 들려올때의 그 희열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뿐더러 너무나 너무나 아름답다. 괴팍하기도 한 처음 시작의 피아노와 달리 오케스트라와의 아련한 대화를 이어나가는 재현부의 피아노 파트는 언제 들어도 아름답다. 


2악장: 삼세박자의 춤곡 등장! 쉴 틈 없는 피아노 파트는 2악장에서 킬링인 듯 하다. 한 페이지 전부를 장식하는 옥타브의 향연.. 이것이 브람스식 카덴차일까? 피아노 참 쉬지 못하게도 만들어놨다.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과는 조금 달리 브람스 같은 경우는 오케스트라는 쉬어도 피아노는 쉬지 못한다(!) 특히 브람스의 피아노는 오케스트라급의 음악을 홀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몹시 지친다(옥타브 페이지 앞에서 조금 쉬게 해준다.) 들으면서도 들을게 너무 많아 지칠 정도.. 하지만 짐머만은 너무나 쉽고 가볍고 그러면서도 깊게 연주해내는구나. 2악장에서도 오케스트라는 도울뿐, 피아노가 전체 악장을 이끌어간다. 이정도면 지휘자가 필요없는거 아닌가? 정말 감정을 음악으로 제대로 토해내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음악의 가장 사랑하는 악장. 


3악장: 피아노가 조금 쉬어가는 악장이다. 하지만 듣는 자는 결코 쉴 수 없다. 첼로 솔로!! 오마이갓 이거슨 천상의 소리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피아노의 멜로디.. 마치 신의 목소리처럼 너무나 따듯하고 위로가 되는 음악이다. 3악장의 피아노 솔로를 듣고 난 후 나는 브람스의 음악은 초월적인 존재의 음악이라고 믿기 시작하였다. 듣기만 해도 눈물나고 누군가가 감싸안아주는 듯한 느낌이랄까? 다 괜찮아 너가 짱이야! 하는 느낌.. 물론 내가 짱이 아니라 이렇게 아름답게 연주한 짐머만이 짱이겠지만. 마치 세상의 진리처럼 몸으로 다가오는 음악은 많지 않다. 나에게는 이 곡이 유일하다. 온몸으로 세상의 진리, 우주의 이치를 깨닫는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들을 때마다 두근두근 울먹울먹 여러 감정이 교차된다. 그리고 천상의 첼로 솔로로 마무리..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들어보길. 


4악장: 장난스럽게 통통 튀는 느낌으로(번스타인은 웃기게도 어깨를 들썩이며 씰룩대기 시작한다) 시작되지만 테크닉적으론 약간 괴팍한 4악장. 그리고 4악장 쯤 되면 곡을 시작한지 40분정도 지나 사실 힘이 다 빠져있을만 한데 젊은 짐머만은 아직도 쌩쌩하다. 기나긴 여정의 끝을 향해가지만 침착하게 연주를 이어가는 짐머만은 전혀 1의 미동도 없다. 번스타인처럼 리듬에 맞춰 씰룩대지도 않는다. 고양이 꾹꾹이처럼 눌러치지만 음과 리듬, 그리고 그의 음악은 절대 눌리지 않고 입체적인 것이 신기할따름. 그리고 곡의 끝으로 향하는 신나는 리듬을 빈필은 참 로봇마냥 (딱딱하고 기계같다는 것이 아닌 단 한명도 리듬을 놓치지 않는다는 것) 잘도 맞춰 연주한다. 그리고 깔끔하게 후다다닥 끝나는 이 곡. 개인적으로 4악장은 나머지 악장들의 깊이에 비해 조금 가볍다고 생각한다. 브람스가 2-3년에 걸친 작업 기간 중 지쳐서 나가떨어진게 아닐까 하고 생각. 


모든 것이 너무나 말이 되는 논리적인, 하지만 글로 다 표현할 수 없을만큼 감정이 넘쳐나는 연주다. 음악, 테크닉, 커뮤니케이션, 그 어느 하나 놓치지 않은 내가 생각하기에 음악사 중 가장 완벽한 연주. 브람스가 고인이 된 이상 짐머만 이외의 피아니스트 그 누가 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